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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조선시대 미라의 '자연 발생' 원인: 회곽묘
조선시대 미라가 발견되는 가장 큰 이유는 **회곽묘(灰槨墓)**라는 독특한 무덤 구조 때문입니다.

회곽묘의 구조:

땅을 파고 그 안에 나무로 만든 곽(덧널, 외곽)과 관(속널)을 넣습니다.
곽과 관 사이, 그리고 묘광(무덤 구덩이) 바닥에 **'삼물(三物)'**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재료를 채웁니다. 삼물은 주로 석회(회), 가는 모래, 황토를 섞은 것으로, 물에 개어 콘크리트처럼 굳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.
이 삼물은 굳어지면서 외부의 공기와 습기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강력한 밀폐층을 형성합니다.
미라화 과정:

공기 및 습기 차단: 삼물이 굳어지면 무덤 내부가 거의 완벽한 진공 상태 또는 무산소 상태가 됩니다.
방부 효과: 석회 성분은 염기성이 강하여 시신 부패를 유발하는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방부 효과를 가집니다.
항균 및 건조 효과: 숯이나 송진 같은 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, 이는 습기를 흡수하고 항균 작용을 하여 시신의 부패를 더욱 막는 데 기여합니다.
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이 결합하여 시신이 썩지 않고, 피부와 살이 마르면서 보존되는 **'공기 차단 미라'**가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.
2. 조선시대 미라의 발견 의의
조선시대 미라들은 단순히 신기한 유물이 아닙니다. 그 자체로 귀중한 역사적, 과학적 정보를 제공합니다.

생활사 연구: 미라와 함께 출토되는 의복, 유물, 명정(죽은 사람의 이름 표) 등은 당시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, 직업, 계층, 장례 풍습 등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됩니다.
의학 및 질병 연구: 미라의 몸을 부검하고 DNA를 분석하면 과거 조상들의 질병(결핵, 간디스토마 등), 영양 상태, 사망 원인 등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. 이는 고병리학(Paleopathology)이라는 학문 분야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됩니다.
유전학 연구: 미라의 DNA를 통해 가족 관계, 지역별 유전적 특성 등 인류학적 연구도 가능해집니다.
3. 조선시대 미라 발굴 사례
2000년대 이후에도 여러 조선시대 미라가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.

'단웅이' 미라: 2001년 경기도 양주 해평 윤씨 문중 선산에서 발견된 10세 이하 남아 미라로, 국내 미라 연구의 효시로 불립니다.
파평 윤씨 모자 미라: 2002년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산모와 태아 미라로, 산모의 자궁 파열로 인한 사망 원인과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.
남오성 장군 미라: 2009년 의령 남씨 문중 묘에서 발견된 190cm에 달하는 조선 중기 무장 남오성 장군의 미라는 수염과 눈동자까지 생생하게 남아있었으나, 후손들의 요구로 발굴 7시간여 만에 화장되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.
'학봉장군' 미라: 대전에서 발굴된 이 미라에서는 기관지에서 수생식물 꽃가루와 간에서 간디스토마 알이 다수 발견되어 당시의 환경과 질병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.